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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론 기고 ] 전태일재단 박승흡 이사장 기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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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노조 성과급 분쟁과 관련한 전태일재단 박승흡 이사장의 오마이뉴스 기고문 전해드립니다. 

세 차례에 걸쳐 게시되었으며 아래는 기고문 전문입니다.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232208

 

1. 삼성전자 성과급 갈등, 한국사회가 미뤄온 질문을 소환하다

 

지금 삼성전자에서 벌어지고 있는 노사 갈등은 단순히 성과급의 크기를 둘러싼 다툼으로만 볼 수 없습니다. 이 사안은 한국 사회가 오랫동안 미뤄온 질문

곧 노동이 만들어낸 성과는 누구의 것이며, 그 성과는 어떤 기준으로 나누어야 하는가라는 근본 문제를 다시 우리 앞에 세우고 있습니다.

 

역대급 실적을 낸 기업에서 노동자들이 더 많은 몫을 요구하는 일 자체는 낯설거나 부당한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그 요구가 사회적 공감과 설득을 얻지 못할 때

갈등은 쉽게 "정당한 요구""과도한 요구"라는 단순한 이분법으로 축소되고, 결국 노동운동 전체가 사회적 신뢰를 잃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전태일재단을 맡고 있는 사람으로서, 그리고 오랜 시간 노동운동의 현장과 이론 사이를 오가며 살아온 한 사람으로서 저는 이 사안을 무겁게 바라봅니다

노동이 인간의 존엄을 실현하는 과정이라는 믿음은 변하지 않았지만, 그 존엄이 오늘의 한국 사회에서 어떻게 실현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우리는 더 정교하고도 

새로운 답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를 둘러싼 비판 가운데에는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 행사 자체를 문제 삼는 시선도 있지만, 그보다 더 깊이 들여다봐야 할 지점이 있습니다. 바로 연대의 부재, 전략의 미숙, 사회적 설득력의 부족입니다. 노동운동이 자기 내부의 이해에만 머무를 때, 그것은 사회적 신뢰를 잃고 결국 스스로의 힘을 약화시키게 됩니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합니다. 문제는 특정 노조의 태도나 전략만이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의 노동 구조가 여전히 분절되어 있다는 데 있습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원청과 하청, 대기업과 중소기업으로 갈라진 구조 속에서 노동의 성과는 함께 만들어졌지만, 그 분배는 함께 설계되지 못했습니다

이 불균형이 바로 오늘의 갈등을 낳은 근본 배경입니다. 노동이 함께 만들었으면, 성과도 함께 나누어야 합니다. 이 단순한 원칙이 지켜지지 않을 때, 갈등은 반복되고 분열은 깊어집니다.

 

"45조 요구" 논쟁의 본질

 

지금 삼성전자 노조의 성과급 요구는 사회적으로는 과도한 요구처럼 비쳐지고, 노동계 내부에서도 전략적 설득력을 충분히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금액이 크냐 작으냐가 아닙니다. 성과를 나누는 구조가 사회적으로 합의된 기준 없이 기업 내부 논리로만 결정된다는 점이 본질입니다.

 

핵심은 단순합니다. 노동운동은 개별 기업의 이익 극대화가 아니라, 성과의 사회적 배분 구조를 다시 설계하는 운동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이번 논쟁의 해법도 

단순한 임금 조정이 아니라 구조 전환이어야 합니다.

 

성과급 논의는 더 이상 개별 부서의 몫을 두고 다투는 문제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반도체 초과이익의 일정 비율은 정규직 내부 배분에만 묶이지 않고

비정규직·하청·지역사회·산업 생태계로 함께 흘러가야 합니다. "45조 요구"는 액수의 정당성을 따지는 문제가 아니라, 성과가 사회적으로 

어떻게 귀속되어야 하는지를 다시 설계하는 문제입니다. 우리가 묻는 질문은 이것입니다.

 

"얼마를 받을 것인가"보다 중요한 것은, "그 성과를 어떤 사회적 원리로 나눌 것인가"입니다.

 

연대 부재의 문제

 

이번 논쟁에서 가장 뚜렷하게 드러난 것은 삼성전자 노조의 내부 중심성입니다. 노동을 정규직 내부의 문제로만 보는 시각은 노동운동의 사회적 기반을 

스스로 좁히는 결과를 낳습니다.

 

지금의 구조는 정규직 중심의 성과 분배 요구, 하청·비정규직·플랫폼 노동자의 배제, 산업 생태계 전체에 대한 책임 의제의 부재로 나타납니다. 이런 구조에서는 

노동운동이 사회 전체의 이해를 조정하는 주체가 아니라, 특정 집단의 이익 조직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습니다.

 

연대는 감정이나 선언으로는 완성되지 않습니다. 연대는 구조로 고정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산업연대기금의 법제화가 필요합니다. 반도체 산업의 

초과이익 일부를 법과 사회적 합의에 따라 산업연대기금으로 적립하고, 그 재원은 하청·협력업체 노동자 처우 개선에 우선 사용해야 합니다.

 

또한 기업 단위를 넘는 산업 단위 교섭 구조도 필요합니다. 원청과 하청,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참여하는 다자 교섭체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삼성전자 노동자"라는 좁은 이름을 넘어 "반도체 산업 노동자"라는 넓은 구조적 정체성이 자리 잡을 수 있습니다. 노동의 성과가 한 회사의 

울타리 안에 갇힐 때 사회는 분열합니다. 그러나 성과가 산업과 사회 전체로 번질 때, 노동은 비로소 사회를 지탱하는 힘이 됩니다.

 

전략 부재를 넘어서

 

이번 갈등에서 또 하나의 핵심 문제는 반도체 중심 성과급 요구가 노조 내부의 균열을 초래했다는 점입니다. 이는 단순한 협상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 내부 민주주의 구조가 충분히 성숙하지 못한 데서 나온 문제입니다.

 

노동조합의 전략은 노동 내부의 다양한 위치를 인정하는 데서 출발해야 합니다. 반도체와 모바일, 가전과 하청,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같은 공장을 둘러싸고 있지만 

같은 위치에 서 있지 않습니다. 그 차이를 인정하지 않으면, 분배는 곧 경쟁이 되고, 경쟁은 곧 분열이 됩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내부 사회계약의 제도화입니다. 기여도 산정은 투명해야 하고, 성과급의 배분 기준은 사후 협상이 아니라 사전에 합의된 규칙이어야 하며

부문 간 이해 충돌을 조정하는 상설 협의체도 필요합니다. 노동조합은 단순한 교섭 조직을 넘어, 노동 내부를 조정하는 사회적 기관으로 발전해야 합니다

이제 노동운동은 "누가 더 많이 받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누가 어떤 기여를 했고, 그 기여를 어떤 기준으로 존중할 것인가"를 묻는 단계로 올라서야 합니다

이것이 민주주의입니다.

 

초기업노조와 전환기

 

일부에서는 리더십 논란과 조직 운영의 미숙함을 들어 노조의 한계를 지적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한 개인의 문제라기보다, 노동운동 자체가 전환기에 

들어섰다는 신호로 보아야 합니다.

 

지금 노동운동은 기업별 노조에서 산업별 노조로, 다시 사회연대 네트워크로 이동하는 중입니다. 이 과정은 당연히 혼란과 시행착오를 동반합니다

중요한 것은 그 혼란을 실패로 단정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진통으로 이해하는 일입니다.

 

이 전환을 뒷받침하려면 상급 노동단체와의 전략적 연계를 복원하고, 반도체 산업 전체 노동자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시민사회와 지역사회로 연결되는 

다층 협력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제 노조는 하나의 폐쇄된 조직이 아니라, 연결된 연합 플랫폼이 되어야 합니다. 초기업노조는 실패가 아닙니다

그것은 한국 노동운동이 기업의 울타리를 넘어 사회를 향해 나아가려는 전환기의 이름입니다. 문제는 그 전환을 어떻게 제도와 연대로 완성할 것인가입니다.

 

사회연대기금과 정의로운 분배

 

이 모든 논의는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모입니다. 성과는 누구의 것인가 하는 질문입니다. 이 질문은 시장 내부의 교섭만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회연대기금이라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합니다.

 

초과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법과 사회적 합의에 따라 자동 적립하고, 그 기금은 하청 노동자 처우 개선, 산업 안전 강화, 지역사회 투자, 노동자 재교육과 

산업 전환 지원에 써야 합니다. 이것은 단순한 복지 확대가 아니라, 기업과 노동과 사회가 함께 새로운 사회계약을 맺는 일입니다.

 

성과를 사유화하는 구조를 넘어서지 못하면, 노동운동은 언제든 고립될 수밖에 없습니다. 반대로 성과를 사회적으로 나누는 구조를 만들면, 노동운동은 사회 전체를 

향한 공공적 힘으로 다시 설 수 있습니다. 사회연대기금은 그저 돈을 나누는 장치가 아닙니다. 그것은 노동이 서로를 배제하지 않고, 함께 살아갈 길을 제도 속에 

새기는 첫걸음입니다.

 

실행 가능한 제도 설계

 

이제는 방향 제시를 넘어, 실제로 작동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단계적 실행이 필요합니다.

 

첫째, 기업 내부가 아닌 산업 단위의 노사 공동 합의기구를 설치해야 합니다. 정부가 참여하는 3자 구조가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둘째, 사회연대기금을 시범 도입해야 합니다. 일정 규모 이상 기업부터 적용하고, 반도체 산업에서 먼저 시작해 점차 확대해 나가야 합니다.

 

셋째, 임금과 성과급을 산업 단위에서 결정하는 교섭 구조를 법제화해야 합니다. 하청을 포함하는 교섭체계가 필요합니다.

 

넷째, 노동과 사회, 기업과 정부가 함께 참여하는 상설 거버넌스를 만들어야 합니다. 노동정책과 경제정책을 따로 보지 않고 함께 설계해야 합니다.

 

이것은 이상론이 아닙니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부분적으로 작동해 온 모델을 한국 현실에 맞게 적용하는 일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제도들이 

한 번의 논쟁을 넘어서 사회적 관습이 되도록 만드는 일입니다.

 

45조 논쟁을 넘어 사회적 계약의 재구성으로

 

지금의 논쟁은 삼성전자 노조의 요구가 과도한가를 묻는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한국 사회가 노동과 자본, 성장과 분배를 어떤 구조로 다시 설계할 것인가를 

묻는 문제입니다. 노동운동은 더 이상 내부 이해집단에 머물 수 없습니다. 노동은 임금투쟁을 넘어 사회구조를 재편하는 주체여야 하며, 연대는 윤리적 구호가 아니라 제도와 분배 구조로 고정되어야 합니다.

 

삼성전자 노조가 직면한 과제는 단순한 요구 조정이 아닙니다. 정규직 중심 조직을 산업 전체 노동 연합으로 바꾸고, 임금 중심 요구를 사회연대적 분배 구조 설계로 

전환하며, 내부 교섭 조직을 사회적 공공성을 생산하는 주체로 발전시키는 일입니다.

 

결국 이번 사안의 본질은 하나입니다. "45조를 받을 것인가"가 아니라, "45조를 사회적으로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입니다. 지금의 갈등은 어느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가 어떤 사회를 만들 것인가에 대한 질문입니다. 노동이 고립되면 사회는 분열되지만, 노동이 사회 전체와 연결될 때 비로소 우리는 함께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전태일이 그랬던 것처럼, 오늘의 노동도 결국 한 방향을 향합니다. 더 나은 삶, 더 공정한 사회, 그리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공동체를 향해서입니다

이 글이 던지는 마지막 질문은 분명합니다.

 

노동의 성과를 둘러싼 갈등을 "누가 더 많이 가져가느냐"의 문제로 끝낼 것인가, 아니면 그것을 연대와 재구성의 출발점으로 삼을 것인가.

 

저는 후자를 선택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https://m.ohmynews.com/NWS_Web/Mobile/at_pg.aspx?CNTN_CD=A0003233018

 

2. 삼성 성과급 논란... 본질은 계산식이 아니라 신뢰

돈의 문제가 아니다, 설계의 붕괴다

 

삼성전자 성과급 갈등은 한 기업 내부의 임금 협상으로만 보기 어렵습니다. 성과급은 원칙적으로 노사 자치의 영역입니다. 그러나 삼성전자처럼 한국 경제의 투자

수출, 고용, 협력망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기업에서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그 비용은 기업 안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생산 차질, 투자 지연, 핵심 인재 이탈

협력망 불안, 주주 신뢰 약화가 동시에 발생할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2026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33.9조 원, 영업이익 57.2조 원을 기록했습니다.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부문만 보더라도 1분기 매출 81.7조 원

영업이익 53.7조 원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2025년 연간 영업이익 43.6조 원을 뛰어넘는 실적입니다.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내부에서는 "성과와 보상의 연결이 설명되지 않는다"는 구조적 불신이 커지고 있습니다. 내부 갈등은 단순한 노사 문제가 아니라 

산업 생태계 전체의 변수로 작용합니다. 협력업체만 해도 수천 곳에 이르며, 이들의 고용과 투자 계획은 원청의 안정성에 직결됩니다.

 

숫자만 놓고 보면 놀라운 성과입니다. 그러나 큰 성과가 자동으로 큰 신뢰를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성과가 커질수록 그것을 어떤 기준으로 평가하고, 어떤 절차로 

검증하며, 어떤 한계 안에서 나눌 것인지가 더 중요해집니다.

 

최근 삼성전자 노조는 성과급 확대를 요구하며 파업 가능성을 제기했고, 521일부터 18일간 파업에 들어갈 수 있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이사회 의장까지 나서 

갈등 장기화가 투자자, 임직원, 한국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이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어느 한쪽을 향한 비난이 아닙니다

더 큰 목소리도 아닙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갈등을 반복하지 않게 만드는 기준의 설계입니다.

 

특히 노조는 성과급 격차와 제도 불투명성을 이유로 국내는 물론 해외로의 인재 유출이 빈번하다고 지적하며 성과급 제도 전면 개편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임금 인상이 아니라 산업 경쟁력 유지와 직결된 문제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비판은 과격하지만, 아프게 찌른다

 

 

첫 번째 기고문 이후 여러 비판이 있었습니다

 

"노사 자치 문제에 왜 외부가 개입하느냐."

"주주 이익은 왜 빠져 있느냐."

"결국 양비론 아니냐."

"외부 개입 입장에서 장황하게 얘기하지만 노조 편드는 것 아니냐."

"산업연대기금은 뜬구름 잡는 얘기다. 현실성 없는 이상론이다.“

 

그리고 더 직설적인 표현도 있습니다.

 

"초과이익공유는 기업 돈을 뜯어가는 것이다. 그건 도둑질이다. 공산주의다. 그렇게 하면 기업 망한다. 글로벌 경쟁력을 파괴한다.“

 

특히 초과이익공유와 산업연대기금에 대해서는 재산권 침해나 반시장적 발상이라는 비판이 많이 제기됐습니다. 가볍게 볼 수 없는 비판들입니다. 그 안에는 현실의 

불안이 담겨 있습니다. 기업의 투자 여력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 주주 환원이 줄어들 수 있다는 걱정, 분배 논의가 통제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경계심은 충분히 

검토해야 할 문제입니다. 이런 우려에 답하지 못한다면 어떤 대안도 사회적 신뢰를 얻기 어렵습니다.

 

다만 여기서 분명히 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이 글은 노사 교섭의 결론을 외부에서 강제하자는 주장이 아닙니다. 성과급의 구체적 수준은 노사가 자율적으로 협의해야 합니다. 그러나 노사 자치가 지속되려면 그 자치가 불투명성 위에 서 있어서는 안 됩니다. 자치는 비공개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책임 있는 공개와 검증 위에서 

지속됩니다. 더 근본적인 질문은 이것입니다.

 

성과를 어떤 기준으로 산정할 것인가.

그 기준을 누가 이해하고 검증할 수 있는가.

노동 보상, 재투자, 주주 환원은 어떤 균형 안에서 조정될 것인가.

협력사와 산업 생태계에는 어떤 책임을 질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면 갈등은 매년 반복될 것입니다.

 

설명되지 않는 보상은 불신을 만든다

 

삼성전자 성과급 논쟁의 핵심에는 OPI, 즉 초과이익성과급 산정 방식에 대한 불신이 있습니다. 성과급 제도는 존재합니다. 문제는 제도의 존재 여부가 아니라

그 제도가 얼마나 납득 가능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느냐입니다. 기업이 성과급 산정에 EVA, 즉 경제적 부가가치 지표를 활용하는 것은 이론적으로 타당한 측면이 

있습니다. EVA는 단순 영업이익이 아니라 자본비용까지 고려해 실제로 창출한 가치를 보려는 지표입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장기 투자와 자본 효율성을 함께 

고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좋은 지표가 곧 공정한 제도를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EVA는 공식 자체보다 그 안에 들어가는 가정이 중요합니다. 자본비용은 어떻게 산정되는가

투자자본의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일회성 비용과 미래 투자비는 어떻게 조정되는가. 사업부별 기여도는 어떻게 반영되는가. 이런 요소들이 성과급을 좌우하지만

구성원들이 그 과정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다면 숫자는 객관적으로 보여도 결과는 불투명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현장의 질문은 단순합니다

"회사는 큰돈을 벌었다고 하는데, 왜 성과급은 기대와 다른가."

 

이 질문에 회사가 답해야 합니다. 모든 영업비밀과 세부 수치를 공개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그러나 최소한 성과급이 왜 늘었고 왜 줄었는지, 어떤 지표가 

어떻게 작동했는지, 사업부별 성과가 어떻게 반영됐는지는 설명되어야 합니다. 구성원이 이해할 수 없는 성과급은 보상이 아니라 통보가 됩니다

통보는 신뢰를 만들지 못합니다. 성과급 제도의 핵심 갈등은 OPI 산정 방식에 대한 신뢰 부족입니다.

 

EVA(경제적 부가가치) 기반 접근은 이론적으로 합리성이 있지만, 실제 운영에서는 변수 설정이 불투명하면 전혀 다른 결과를 낳습니다. 자본비용 산정 방식

투자자본 범위, 사업부 기여도 반영, 일회성 비용 처리 방식이 모두 결과를 결정하지만 구성원이 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성과는 있는데 보상은 설명되지 않는 구조"가 

됩니다. 노조는 이에 대해 보다 직설적으로 말합니다.

 

현재 구조는 "총보상 우위 원칙이 사실상 무너진 상태"이며, 과거 삼성전자가 유지해온 업계 최고 보상 원칙이 SK하이닉스 등 경쟁사 대비 약화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특히 "HBM 성과 이후 팀 해체와 호두과자 지급" 같은 사례는 구성원에게 상징적으로 강한 불신을 남겼습니다. 이는 단순한 복지 문제가 아니라 

보상 체계의 정당성 문제입니다. 노조의 핵심 요구는 단순한 인상률 확대가 아닙니다.

 

OPI 상한 폐지 산정 기준 투명화 성과급의 구조적 재설계입니다. 특히 경쟁사 SK하이닉스가 이미 영업이익 10%를 기준으로 성과급 재원을 설정하고 

상한을 폐지한 사례는, 산업 내 기준 이동이 이미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 현재의 갈등은 개별 기업 문제가 아니라 "성과 배분 기준의 산업적 재편 과정"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삼성전자 성과급 제도는 다음 세 가지 방향의 보완이 필요해 보입니다.

 

첫째, 산정 기준을 사전에 명확히 해야 합니다. 영업이익, EVA, 사업부별 성과, 장기 투자 요소가 어떤 비중으로 반영되는지 원칙을 공개해야 합니다.


둘째, 노사 공동 검증 구조를 마련해야 합니다. 성과급 산정 방식은 경영진만의 전유물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노사 공동 검증위원회와 외부 회계·재무 전문가의 

검토를 통해 최소한의 신뢰 장치를 만들어야 합니다.


셋째, 상한 구조를 재검토해야 합니다. 성과급 상한은 재무 안정성을 위해 필요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잘해도 더 받을 수 없고, 못하면 크게 줄어든다"는 인식이 

커지면 제도는 동기부여 기능을 잃습니다. 상한을 완전히 없애기 어렵다면, 초과 성과에 따라 보상이 점진적으로 늘어나는 구조를 설계해야 합니다.

 

문제는 EVA가 옳으냐 그르냐가 아닙니다. 문제는 EVA를 어떻게 운영하느냐입니다. 성과급의 본질은 계산식이 아니라 신뢰입니다.

 

주주를 빼면 자본이 떠난다

 

성과는 노동과 경영만으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자본의 투자와 위험 부담도 성과의 중요한 조건입니다. 성과 배분 논의에서 주주를 배제해서는 안 됩니다

삼성전자에는 수많은 개인 주주와 기관투자자가 있습니다. 이들은 기업의 미래에 자본을 맡긴 이해관계자입니다.

 

그렇다고 주주가 노사 교섭의 직접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성과급의 구체적 협의는 노사가 맡아야 합니다. 다만 성과급 제도가 

재투자 여력, 배당, 자사주 정책, 장기 기업가치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이사회와 공시를 통해 설명되어야 합니다. 주주 관점은 교섭장 안으로 직접 들어오는 

방식이 아니라, 이사회 책임과 시장에 대한 설명 책임을 통해 반영되어야 합니다. 성과 배분은 세 가지 축의 균형 위에서 설계되어야 합니다.

 

노동 보상, 미래 재투자, 주주 환원. 이 세 축 중 어느 하나만 절대화하면 갈등은 커집니다. 노동 보상을 무시하면 조직 신뢰가 무너집니다. 재투자를 소홀히 하면 

경쟁력이 약해집니다. 주주 환원을 배제하면 자본시장의 신뢰가 훼손됩니다. 주주와 노동은 대립 구조가 아닙니다. 노조는 주주 이익 침해 논리에 대해서도 

다른 관점을 제시합니다. 배당과 주주환원은 기업 정책 영역이며, 성과급과 직접 충돌하는 구조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노조위원장은 "성과급 요구 때문에 배당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배당 정책 자체는 기업 결정"이라고 강조합니다. 또한 OPI 구조를 개선하면 일부 성과급을 주식으로 지급하는 방식도 가능해져 노동자와 주주의 이해가 일치할 수 있다고 봅니다. 문제는 분배의 충돌이 아니라 분배 기준의 부재입니다. 어느 한쪽의 승리가 아니라

세 축이 충돌하지 않도록 만드는 사전 기준이 필요합니다. 초과 성과가 발생했을 때 '노동 보상, 재투자, 주주 환원'에 어떤 원칙으로 배분할 것인지 미리 정해야 합니다. 기준이 없으면 분배는 싸움이 됩니다. 기준이 있으면 분배는 질서가 됩니다. 배제된 이해관계자는 갈등을 만들고, 참여한 이해관계자는 기준을 만듭니다.

 

기준없는 분배는 약탈이고, 기준있는 배분은 계약이다

 

초과이익공유를 둘러싼 가장 큰 오해는 그것을 "기업이 번 돈을 외부에서 빼앗아 나누는 것"으로 이해하는 데서 생깁니다. 그렇게 설계된다면 당연히 문제가 됩니다

기업의 재산권과 투자 여력을 침해하고, 주주 이익을 훼손하며, 장기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대로 설계된 초과이익공유는 그런 방식이 아닙니다. 초과이익은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남는 돈"이 아닙니다. 초과이익은 노사와 이해관계자가 사전에 합의한 산식에 따라 정의되는 성과 배분 재원입니다. 투자비, 연구개발비, 감가상각, 자본비용, 세금, 주주 배당, 미래 투자 재원을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 먼저 정해야 합니다

그 이후 일정 기준을 넘어서는 성과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작동해야 합니다. 기준 없이 나누면 약탈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기준과 한계, 검증 절차가 있으면 

그것은 계약이 됩니다. 초과이익공유의 핵심은 "무조건 나누자"가 아닙니다. "무엇을 초과이익으로 볼 것인지 먼저 정하자"입니다.

 

글로벌 기업들도 성과를 구성원과 공유하는 다양한 제도를 운영합니다. SK하이닉스는 영업이익의 10%PS(이익공유) 재원으로 삼고 기존 상한을 폐지하는 방식에 

합의했습니다. TSMC2025년 직원 사업성과 보너스와 이익공유 보너스로 총 NT$ 2061(뉴타이완달러, 한화 약 8-9조원 수준) 규모를 승인했습니다. 다만 이런 사례를 단순히 삼성전자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기업마다 사업 구조, 투자 주기, 자본비용, 주주 정책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특정 비율의 모방이 아니라, 예측 가능하고 검증 가능한 구조입니다.

 

초과이익공유가 경쟁력을 해친다는 주장도 신중히 봐야 합니다. 경쟁력은 단순히 비용을 줄인다고 생기지 않습니다. 인재를 유지하고, 조직의 신뢰를 높이고

장기 투자를 지속할 수 있을 때 경쟁력이 생깁니다. 실제로 노조는 최근 수개월간 수백 명 단위의 이탈과 SK하이닉스 및 해외 기업으로의 이동 증가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 이직이 아니라 기술 경쟁력 이동입니다. 이와 관련 TSMC는 직원 성과 보상과 동시에 장기 생산능력 확보를 위한 대규모 자본 지출을 승인하고 

있습니다. Intel 역시 미국 내 제조 역량 확대에 10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글로벌 경쟁은 보상과 투자를 대립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둘을 함께 

설계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초과이익공유에는 세 가지 규칙이 필요합니다.

 

첫째, 충분한 이익이 발생한 해에만 작동해야 합니다.둘째, 투자와 연구개발, 주주 환원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작동해야 합니다.셋째, 사전에 정한 상한과 

검증 절차 안에서 작동해야 합니다.

이 세 가지 규칙이 지켜질 때 초과이익공유는 경쟁력과 충돌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신뢰의 장치가 될 수 있습니다. 규칙 없이 나누면 

도둑질이지만, 규칙에 따라 배분되면 그것은 계약입니다.

 

이건 이상론이 아니라, 붕괴를 막는 최소 장치다

 

첫 번째 기고문에서 산업연대기금을 제안했을 때, 현실성이 부족한 이상론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충분히 제기될 수 있는 비판입니다

그러나 산업연대기금은 누군가의 몫을 빼앗아 다른 누군가에게 주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반도체 생태계 안에서 벌어지는 격차를 줄이고

갈등이 반복되는 구조를 바꾸자는 제안입니다. 분배의 구호가 아니라, 산업을 지키기 위한 보험입니다.

 

왜 이런 보험이 필요합니까. 지금의 반도체 산업은 너무도 불균형합니다. 삼성전자와 같은 초대형 기업의 정규직은 높은 보상을 받지만, 같은 산업에서 일하는 

협력사 노동자, 하청업체 직원, 비정규직과 파견노동자는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연봉 차이는 수배에 이르고, 원청의 호황이 곧바로 하청과 지역사회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 격차를 너무나도 오래 당연하게 여겨 왔습니다. 산업연대기금은 성과급의 대체물이 아닙니다. 임금이나 납품단가를 

대신하는 장치도 아닙니다. 산업연대기금은 반도체 생태계의 갈등 비용을 줄이기 위한 보험입니다.

 

반도체 산업은 한 기업의 성과만으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원청의 기술과 투자, 협력사의 납품과 연구개발, 설비와 물류, 안전과 청소, 급식과 경비, 지역 인프라와 

국가의 산업정책이 함께 작동합니다. 그런데 성과는 상층에 집중되고 위험은 하층으로 내려가는 구조가 반복되면 산업 전체의 신뢰가 약해집니다. 원청의 호황이 

협력사와 하청 노동자, 지역사회로 이어지지 않고 위기의 비용만 아래로 전가된다면 생태계는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산업연대기금이란 바로 

이 지점을 묻는 것입니다.

 

삼성전자의 큰 성과가 삼성전자 노사만의 것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국가의 세제 지원과 R&D 투자도 있었고, 협력사의 기술과 납품도 있었고, 물류와 설비와 시설을 

떠받친 수많은 노동이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그 성과의 일부를 산업 전체의 안전망과 재투자에 돌리는 것이 왜 문제입니까. 그것이야말로 책임 있는 대기업의 모습 

아닙니까.

 

산업연대기금은 이 불균형을 줄이기 위한 제안입니다. 다만 강제 징수 방식이어서는 안 됩니다. 처음부터 거대한 법정 기금을 만들자는 것도 아닙니다. 자율 참여형 

파일럿으로 시작해야 합니다. 참여 기업에는 세제 인센티브, ESG 평가, 공시 상 우대, 정책금융 연계 같은 유인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강제가 아니라 설계로

압박이 아니라 유인으로 출발해야 합니다. 산업연대기금이 현실성을 갖기 위해서는 원칙이 분명해야 합니다.

 

첫째, 초과이익이 사전에 정한 기준을 넘는 해에만 작동해야 합니다.


둘째, 투자와 연구개발, 감가상각, 자본비용, 주주 환원에 필요한 기준 재원을 먼저 확보한 뒤 일부를 출연해야 합니다.


셋째, 출연 규모에는 명확한 상한을 두어야 합니다. 예컨대 초과이익의 일정 비율 이내에서만 자율 출연하도록 설계할 수 있습니다.


넷째, 사용처는 협력사 안전 설비, 기술 교육, 공동 R&D, 고용 안정, 지역 산업 기반 확충으로 한정해야 합니다.


다섯째, 운영은 독립기구가 맡아야 합니다. 노사, 협력사, 외부 전문가, 공익위원, 주주 추천 전문가가 참여하되, 특정 집단의 이해로 좌우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여섯째, 회계감사와 연례 공시를 의무화해야 합니다. 돈의 흐름이 보이지 않는 기금은 또 다른 불신을 낳습니다.


일곱째, 산업연대기금은 임금이나 납품단가를 대체해서는 안 됩니다. 협력사에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으면서 기금으로 상생을 말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이러한 산업연대기금은 이상론이 아닙니다. 그것은 산업 생태계의 불균형을 줄이고, 갈등이 반복되는 구조를 완화하기 위한 현실적 장치가 됩니다. 예를 들어볼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초과이익의 일부를 가칭 '반도체 산업연대기금'에 넣는다고 가정해 봅니다. 그 돈은 협력사 연구개발, 안전 설비, 기술 교육, 비정규직의 

고용 안정, 지역 상권과 연계된 상생 프로그램에 쓰일 수 있습니다. 평택 같은 지역에서는 공장 가동이 멈추면 물류, 식당, 숙박업이 바로 타격을 받습니다

그러니 산업연대기금은 추상적인 이상이 아니라, 아주 구체적인 생활의 문제입니다.

 

삼성전자의 사회적 책임도 여기서 다시 물어야 합니다. 삼성전자의 책임은 단지 주주에게 이익을 돌려주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협력사와 지역사회, 비정규직과 

파견노동자, 하청 업체의 기술 인력과 노동조건까지 함께 보아야 합니다. 반도체 생태계는 원청의 성과만으로 유지되지 않습니다. 기술을 공급하는 기업

설비를 운영하는 기업, 청소와 물류와 급식과 경비를 맡은 수많은 사람들, 그리고 그 가족과 지역사회가 함께 있어야 돌아갑니다.

 

이들을 배제한 채 "성과는 우리, 책임은 남"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묻습니다. 삼성전자의 사회적 책임은 도대체 무엇입니까. 협력사 상생 행사 몇 번으로 

끝나는 일입니까. 기술지원 펀드 몇 개로 충분합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성과를 어떻게 나누고, 위기를 어떻게 함께 막고, 불균형을 어떻게 줄일 것인지까지 포함해야 

진짜 책임입니다. 그 책임을 논의하는 기로에서 산업연대기금이 왜 문제란 말입니까. 오히려 너무 늦은 성찰이 아닐까 합니다.

 

실행 경로도 분명해야 합니다. 처음부터 거창한 법을 만들자는 것이 아닙니다. 먼저 성과급 산정 기준을 공개해야 합니다. 무엇을 초과이익으로 볼 것인지

어떤 비용을 먼저 빼는지, 누구의 기여를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부터 밝혀야 합니다. 그 다음에는 노사와 주주, 전문가가 함께 보는 검증 구조가 필요합니다

이후에는 삼성전자와 협력사, 그리고 업계가 함께 참여하는 산업 단위 협의체를 만들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런 협의체가 안정되면 산업연대기금과 사회적 

거버넌스로 제도화하면 됩니다.

 

이 과정은 느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입니다. 강제가 아니라 설계입니다. 삼성전자 노사만의 성과급 갈등을 넘어, 이 산업을 떠받치는 

모든 사람의 몫과 책임을 다시 묻자는 뜻입니다.

 

자치는 비공개 권한이 아니라 공개 책임이다

 

노사 자치는 중요합니다. 그러나 자치는 아무도 들여다볼 수 없는 폐쇄성을 뜻하지 않습니다. 자치는 스스로 기준을 만들고, 그 기준을 설명하며, 결과에 책임지는 

능력입니다. 삼성전자 성과급 갈등의 출구도 여기에 있습니다. 외부가 결론을 정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노사가 함께 기준을 만들 수는 있습니다. 회사는 성과급 

산정의 원칙과 주요 변수, 사업부별 반영 방식, 상한 구조의 이유를 설명해야 합니다. 노동조합은 요구의 정당성을 사회적으로 설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주주와 시장에 대해서는 이사회가 기업가치와 장기 투자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절차가 필요합니다.

 

먼저, 성과급 산정 기준을 사전에 공개해야 합니다. 다음으로, 노사 공동 검증위원회를 설치해야 합니다. 그 다음, 외부 회계·재무 전문가의 검토를 통해 산식의 

신뢰성을 높여야 합니다.이후, 초과 성과가 발생했을 때 노동 보상, 재투자, 주주 환원, 산업연대기금의 원칙적 배분 구조를 논의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구조를 

정례화해 매년 같은 갈등이 반복되지 않게 해야 합니다. 이 과정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갈등을 방치하는 비용은 더 큽니다. 반도체는 속도의 산업입니다

한 분기의 지연이 몇 년의 격차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대립을 이기는 싸움의 기술이 아니라, 대립을 줄이는 제도의 마련입니다.

 

이 질문을 회피하는 순간, 갈등은 구조가 된다

 

이 논의는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돌아갑니다. 성과는 어떻게 만들어지고, 그 성과는 어떤 기준으로 나누어져야 하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면 갈등은 반복됩니다

회사는 "우리는 이미 보상하고 있다"고 말하고, 노동자는 "우리는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고 말하고, 주주는 "우리의 권리가 침해되고 있다"고 말할 것입니다

협력사와 하청노동자, 지역사회는 "성과의 바깥에 밀려나 있다"고 느낄 것입니다.

 

이 모든 목소리는 서로 충돌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하나의 문제를 다른 위치에서 말하고 있습니다. 기준이 없다는 문제입니다. 기준이 불투명하다는 문제입니다. 기준을 함께 검증할 구조가 없다는 문제입니다.

 

이 글은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기 위한 글이 아닙니다. 노동의 정당한 보상을 말하면서도 주주 이익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글입니다. 기업의 경쟁력을 

말하면서도 구성원의 신뢰를 희생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글입니다. 노사 자치를 존중하면서도 자치가 책임 있는 공개 위에서만 지속될 수 있다고 말하는 글입니다.

 

이제 선택해야 한다... 기준인가, 반복인가

 

이 지점에서 저는 전태일을 다시 떠올립니다. 전태일은 단순히 더 많이 나누자고 말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기준을 물었습니다

노동이 어떻게 평가되어야 하는지, 사람이 어떤 조건에서 일해야 하는지, 사회가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를 물었습니다.

 

삼성전자 성과급 갈등도 결국 같은 질문 앞에 서 있습니다. 누가 더 가져갈 것인가만 묻는다면 대립은 끝나지 않습니다. 어떤 기준으로 나눌 것인가를 묻기 시작할 때 

비로소 설계가 시작됩니다. 성과급은 숫자가 아니라 신뢰입니다. 초과이익공유는 구호가 아니라 계약이어야 합니다. 산업연대기금은 시혜가 아니라 생태계의

보험이어야 합니다. 노사 자치는 비공개가 아니라 책임 있는 공개 위에서 지속되어야 합니다.

 

이제 대립을 끝내야 합니다. 이 말은 싸움을 덮자는 뜻이 아닙니다. 더 근본적인 싸움, 곧 불투명한 기준과 반복되는 불신의 구조를 바꾸자는 뜻입니다. 삼성전자 

성과급 갈등의 출구는 더 큰 목소리가 아닙니다. 더 정교한 기준입니다. 이제는 그 기준을 함께 설계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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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주장] '귀족노조' 프레임은 AI 시대를 설명하지 못한다

"또 요구한다" 뒤에 숨은 구조적 진실과 미래

 

"또 성과급을 요구한다고?" 성과급 논쟁이 불거질 때마다 가장 먼저 튀어 오르는 말입니다. 이미 높은 보상을 받고 있는 집단이 왜 또 요구하는가. 왜 더 달라고 하는가. 이 질문은 누구나 쉽게 품을 수 있습니다. 이 질문은 단순한 감정적 반응이 아닙니다. 노동과 보상을 바라보는 한국사회의 인식 구조를 그대로 드러내는 신호입니다.

 

특히 반도체, 금융, 대기업 제조업처럼 성과 변동성과 보상 수준이 모두 높은 산업에서 이 질문은 거의 관성처럼 반복됩니다. 호황기에도 논쟁이 있습니다. 불황기에도 논쟁이 있습니다. 요구의 구체적 내용은 달라도 갈등의 형태는 놀라울 정도로 일정합니다.

 

처음에는 하나의 사건으로 시작합니다. 그러나 반복되면 패턴이 됩니다. 패턴이 굳어지면 이미지가 됩니다. 그리고 그 이미지는 결국 "귀족노조"라는 말로 축소됩니다. 그렇다면 이 인식은 어떻게 만들어집니까?

 

'귀족노조' 인식의 두 구조

 

첫째, 비교 구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절대적인 금액보다 상대적 위치를 기준으로 공정성을 판단합니다. 한국 노동시장은 이미 오랜 기간 구조적으로 분리되어 왔습니다. 국가데이터처의 2024년 임금근로일자리 소득 결과에 따르면, 202412월 기준 대기업 임금근로일자리의 평균소득은 월 613만 원, 중소기업은 월 307만 원입니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대기업은 약 7,356만 원, 중소기업은 약 3,684만 원입니다. 대기업 일자리 평균소득이 중소기업의 약 2배에 이릅니다. 이 격차 위에서 고임금 집단의 추가 요구가 반복되면 "왜 또?"라는 사회적 반응은 자연스럽게 강화됩니다.

 

둘째, 정보가 노출되는 방식 때문입니다. 노사 협상 과정은 복잡합니다. 성과 기준, 경영 환경 변화, 내부 기여도, 시장 변수, 환율, 수요 사이클, 공급망 조건이 

모두 얽혀 있습니다. 그러나 대중에게 전달되는 것은 대부분 하나입니다. "얼마나 더 받았는가." 사람들은 협상의 맥락을 기억하지 않습니다. 대신 단순한 패턴을 

기억합니다. '요구한다. 받는다. 또 요구한다.' 이 공식이 반복되면 "귀족노조"라는 집단적 인식은 쉽게 만들어집니다.

 

그러나 비난만으로는 끝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모든 노조 요구가 정당한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물론입니다. 모든 요구가 정당한 것은 아닙니다. 사회적 공감을 얻기 어려운 과도한 요구도 있습니다

고임금 정규직 노조가 더 큰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도 피할 수 없습니다. 이 점을 외면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문제를 설명할 수 있습니까?

 

반복되는 성과급 갈등을 "귀족노조"라는 말 하나로 끝낼 수 있습니까? 저는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고임금 노조의 책임 문제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러나 그 현상조차 구조가 만든 결과라면, 비난만으로는 반복을 멈출 수 없습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집단을 악마화하는 공격이 아닙니다. "왜 같은 갈등이 계속 발생하는가." 그 이유를 

찾는 일입니다. 그리고 대안을 설계하는 일입니다.

 

진짜 문제는 산업 구조에 있습니다. 반도체 산업을 보겠습니다. 반도체는 단일 기업이 성과를 독점적으로 만드는 산업이 아닙니다. 설계, 생산, 장비, 소재, 패키징, 물류, 소프트웨어, 데이터, 클라우드, 외주와 협력업체의 숙련 노동이 복합적으로 결합된 네트워크 산업입니다. 하나의 칩이 완성되기까지 수많은 기업과 공정이 연결됩니다. 한 기업의 이름으로 판매되지만, 그 성과는 산업 생태계 전체가 함께 만든 결과입니다.

 

핵심은 명확합니다. 성과는 네트워크에서 발생합니다. 그러나 보상은 여전히 기업 단위로 결정됩니다. 이 구조적 불일치가 반복되는 긴장의 근원입니다. 실제 흐름을 

보아도 그렇습니다. AI 수요 확대는 HBM, 즉 고대역폭메모리 시장을 빠르게 키우고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TrendForce2025AI 칩 출하 증가에 따라 HBM 수요가 

전년 대비 130% 이상 늘고, 2026년에도 7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삼성전자도 20254분기 연결 기준 매출 93.8조 원, 영업이익 20.1조 원을 기록했습니다. DS부문은 매출 44조 원, 영업이익 16.4조 원을 기록했고, 회사는 HBM 판매 

확대와 메모리 가격 상승, 고부가 제품 판매 확대를 실적 개선 요인으로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이 성과를 단순히 한 기업 내부의 노력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글로벌 AI 수요, 메모리 가격, 환율, 장비와 소재, 패키징, 물류, 협력업체의 납기와 품질, 숙련노동이 모두 함께 작동한 결과입니다. 반대로 협력업체들은 다른 압력을 

받습니다. 원가 상승, 납품 단가 압박, 설비 투자 부담, 인력 유지 부담, 기술 전환 비용을 동시에 감당해야 합니다. 성과는 위로 집중됩니다. 부담은 아래로 분산됩니다. 이것이 공급망 안에서 반복되는 현실입니다. 그런데 보상 기준은 여전히 기업 안에 갇혀 있습니다. 기업 내부 성과급을 둘러싼 노사 갈등만 남습니다.

 

산업 전체가 함께 만든 성과를 어떻게 나눌 것인가에 대한 기준은 없습니다. 그래서 같은 갈등이 반복됩니다. 성과는 네트워크입니다. 보상은 기업입니다

이 불일치를 바꾸지 않으면 성과급 논쟁은 앞으로도 계속 반복될 것입니다.

 

AI 시대는 기존 노동 질서를 단순히 흔드는 것이 아닙니다. 노동의 위치, 연결 방식, 가치 기준을 다시 짜고 있습니다.

 

첫째, 생산 구조가 기업 단위에서 네트워크 단위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한 기업이 설계부터 생산까지 상당 부분을 내부에서 통제했습니다. 지금은 다릅니다. 데이터, 알고리즘, 클라우드, 설계 소프트웨어, 메모리 제조, 장비, 소재, 패키징, 물류가 세계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성과는 한 기업의 울타리 안에서만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성과는 연결 속에서 만들어집니다. 그러나 보상은 여전히 개별 기업 안에서 결정됩니다.

 

둘째, 노동 자체가 다시 나뉘고 있습니다. AI 설계, 반도체 설계, 데이터 과학, 고급 소프트웨어 인력의 가치는 빠르게 올라갑니다. 반대로 반복적 생산 업무, 단순 사무, 일부 분석 업무는 자동화와 외주화의 압력을 받습니다. 데이터 라벨링, 콘텐츠 검수, 플랫폼 기반 외주노동처럼 보이지 않는 불안정 노동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은 AI 대체 가능성이 높은 국내 일자리를 약 341만 개, 전체 일자리의 12%로 추정했습니다. 고학력·고소득 근로자일수록 AI에 더 많이 노출되어 있으며

AI 노출도가 높은 일자리일수록 고용 비중과 임금 상승률이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하나입니다. AI는 모든 노동을 한꺼번에 

없애는 기술이 아닙니다. 어떤 노동은 더 높은 보상으로 끌어올립니다. 어떤 노동은 더 낮은 가치와 더 큰 불안정으로 밀어냅니다.

 

셋째, 성과의 귀속이 더 불명확해지고 있습니다. 기업 실적은 내부 노력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환율, 글로벌 수요, 기술 표준, 지정학, 공급망 안정성, AI 효율화가 

모두 영향을 미칩니다. 그렇다면 이 성과는 누구의 것입니까? 기업 내부 임직원의 성과입니까? 글로벌 수요의 결과입니까? AI 기술의 산물입니까? 협력업체와 공급망 

전체가 함께 만든 결과입니까? 경계가 흐려지고 있습니다. 성과의 원인이 다층적일수록 보상의 기준도 다층적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여전히 기업별 임금협상과 기업별 성과급 기준 속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제는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기업 단위 노사협상만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까? "귀족노조"라는 프레임만으로 이 현실을 설명할 수 있습니까?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초과이익공유와 산업연대기금

 

필요한 것은 비난이 아니라 설계입니다. 저는 초과 이익 공유와 산업 연대 기금을 대안으로 제안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초과 이익 공유는 기업의 정상적인 이윤을 

부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기업의 투자와 혁신의 결과를 도둑질하듯 빼앗는 것이 아닙니다. 호황기에 산업 전체가 함께 만든 초과 성과의 일부를 공급망 전체의 안정과 미래 전환을 위해 쓰자는 것입니다. 초과 이익은 예를 들어 직전 3~5년 평균 영업이익률이나 산업 평균 영업이익률을 초과한 이익으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그중 

일정 비율을 산업 연대 기금으로 적립하는 방식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반도체와 AI 산업의 경우 초과 이익의 3~5%를 하나의 논의 출발점으로 삼을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숫자 하나가 아닙니다. 원칙입니다. 호황기에는 적립합니다

불황기에는 씁니다. 협력업체 노동자의 고용안정에 씁니다. 하청노동자의 처우개선에 씁니다. AI 전환교육과 숙련 인력 유지에 씁니다. 스마트공장 전환과 공급망 

안정성 강화에 씁니다. 이것은 돈 퍼주기가 아닙니다. 산업 전체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인프라 구축입니다. 독일 사례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도 바로 이 점입니다.

 

독일의 강점은 특정 기업이 영업이익 몇 퍼센트를 떼어 누구에게 얼마를 준다는 단순한 공식이 아닙니다. 산별 교섭, 공동 결정, 조업 단축 수당 같은 제도를 통해 

산업 전체의 고용안정과 숙련 유지를 중시해 온 접근입니다. 독일의 조업 단축 수당은 노동시간 감소로 발생한 손실 순임금의 60%, 자녀가 있는 경우 67%를 보전하는 장치로 운영됩니다.

 

우리가 그대로 복제할 필요는 없습니다. 한국에는 한국의 산업 구조가 있습니다. 한국에는 한국의 노사관계가 있습니다. 한국에는 한국의 반도체·AI 공급망이 있습니다. 필요한 것은 한국형 산업연대기금입니다.

 

"기업이 왜 이 비용을 부담해야 합니까?" 이 질문도 당연히 나옵니다. 답은 분명합니다. 이것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입니다. 공급망이 안정되면 생산 차질 위험이 

줄어듭니다. 협력업체의 숙련 인력이 유지되면 품질과 생산성이 올라갑니다. 불황기에 협력업체가 무너지지 않으면 호황기에 즉시 생산을 확대할 수 있습니다

AI 전환교육이 이루어지면 산업 전체의 기술 흡수 속도가 빨라집니다.

산업연대기금은 재분배 장치이면서 동시에 리스크관리 장치입니다. 사회적 연대이면서 동시에 산업 경쟁력의 장치입니다.

 

실행 가능한 세 가지 구조

 

구체적 실현 방안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네트워크 성과를 네트워크 보상으로 연결해야 합니다.

반도체·AI 산업의 초과 이익 일부를 산업연대기금으로 적립합니다. 호황기에는 축적하고, 불황기에는 협력업체 노동자의 고용안정, 임금격차 완화, 기술 전환

재교육에 사용합니다. 다만 이 기금은 막연한 지원금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원청, 협력업체, 노동계, 정부가 함께 참여하는 산업별 협의체가 필요합니다

지원받은 기업이 실제 노동자 처우개선과 고용안정에 사용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회계 공시와 고용 공시도 필요합니다. 기금이 사용자에게만 흘러가서는 안 됩니다

노동자에게 도달해야 합니다. 현장에 도달해야 합니다. 숙련 유지와 고용안정으로 확인되어야 합니다.

 

둘째, 산업 전체의 성과 기준을 마련해야 합니다. 기업별 성과급 교섭을 부정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기업 내부 성과급은 노사가 교섭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환율

글로벌 수요 사이클, 메모리 가격, 지정학적 변수처럼 개별 노동자의 기여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외부 요인은 따로 분리해야 합니다.

 

무엇이 기업 내부의 성과입니까?

무엇이 시장 환경의 결과입니까?

무엇이 공급망 전체의 기여입니까?

 

이 기준이 없으면 해석은 갈립니다. 해석이 갈리면 갈등이 반복됩니다. 산업 공통 지표가 필요합니다. 기업별 교섭을 대체하는 기준이 아니라, 노사가 함께 참고할 수 

있는 공통의 기준입니다. 성과를 둘러싼 불신을 줄이는 장치입니다.

 

셋째, 생태계 전환교육 플랫폼을 만들어야 합니다. AI 전환은 개별 기업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한 기업이 교육하고, 한 기업이 버티고, 한 기업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산업 전체가 함께 감당해야 할 과제입니다. 대기업의 기술 인력은 협력업체의 스마트공장 전환을 지원할 수 있습니다. 협력업체 노동자는 AI 기반 품질관리, 설비관리, 데이터 활용 역량을 키울 수 있습니다. 청년 노동자는 반도체·AI 공급망의 새로운 숙련으로 진입할 수 있습니다. 중장년 노동자는 밀려나는 것이 아니라 

전환될 수 있습니다. AI 시대의 재교육은 복지가 아닙니다. 산업정책이며 고용정책이자 경쟁력 정책입니다.

 

왜 지금 사회연대노동운동이 필요한가

 

왜 지금 사회연대노동운동입니까? 첫째, 공정성 회복입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소득 격차는 이미 구조화되어 있습니다. 성과는 산업 전체가 함께 만들지만

보상은 위로 집중됩니다. 이 불일치가 불신의 근원입니다. 사회연대노동운동은 이 불신을 정면으로 다루어야 합니다. 고임금 노조의 책임도 말해야 합니다

동시에 공급망 전체의 불평등도 말해야 합니다. 하나만 말해서는 안 됩니다. 둘 다 말해야 합니다.

 

둘째, 지속 가능성입니다. 협력업체가 무너지면 대기업도 안전하지 않습니다. 공급망이 끊기면 호황기 실적도 유지될 수 없습니다. 숙련 인력이 떠나면 품질도 

흔들립니다. 전환교육이 없으면 AI 시대의 생산성도 지속될 수 없습니다. 산업 생태계는 위에서만 강할 수 없습니다. 아래가 무너지면 전체가 무너집니다.

 

셋째, 미래 경쟁력입니다. AI 시대의 경쟁은 기업 하나의 경쟁이 아닙니다. 생태계의 경쟁이며 공급망의 경쟁입니다. 숙련의 경쟁이자 전환 속도의 경쟁입니다

한국이 반도체와 AI 산업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개별 기업의 성과급 논쟁을 넘어 산업 전체의 인력 전환과 보상 기준을 다시 설계해야 합니다

공정성. 지속 가능성. 미래 경쟁력. 이 세 가지를 함께 실현하려는 노동운동. 그것이 사회연대노동운동입니다.

 

비판이 아니라 설계가 필요하다

 

"귀족노조"라는 프레임은 더 이상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 말은 일부 현실을 포착합니다. 그러나 전체 현실을 설명하지 못합니다. 고임금 노조의 책임을 말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산업 구조의 불평등을 설명하지 못합니다. 성과급 갈등을 비판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왜 그 갈등이 반복되는지는 설명하지 못합니다.

 

AI 시대는 노동을 단순히 없애지 않습니다. 대신 노동의 위치를 바꿉니다. 노동의 연결 방식을 바꿉니다. 노동의 가치 기준을 바꿉니다. 분리된 이해관계 속에서 

각자 싸우는 시대는 이미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따로 싸우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따로 싸우고, 원청과 하청이 따로 싸우는 구조로는 미래를 

열 수 없습니다.

 

필요한 것은 함께 만든 성과를 함께 나누는 기준입니다. 기업 안에 갇힌 보상을 산업 생태계의 관점에서 다시 설계하는 일입니다. 비판이 아니라 설계입니다

이 전환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누군가는 앞서가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밀려나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AI의 혜택을 받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AI의 비용을 떠안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 탈락이 개인의 실패가 아니라 구조의 결과라는 점입니다.

 

전태일은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고 외쳤습니다. 그 외침은 인간의 존엄이 산업 구조 속에서 어떻게 사라지는지를 드러낸 선언이었습니다

AI 시대에도 질문은 같습니다.

 

우리는 누구를 남기고, 누구를 밀어낼 것입니까. 우리는 누구의 성과를 인정하고, 누구의 노동을 보이지 않게 만들 것입니까. 우리는 더 효율적이지만 더 불평등한 

체제를 선택할 것입니까. 아니면 더 연결되고 더 연대한 노동의 미래를 설계할 것입니까.

 

지금 구조를 바꾸지 않는다면 미래의 노동은 더 효율적이지만 더 불평등한 체제가 될 것입니다. AI 시대 노동의 미래는 연결된 노동, 그리고 연대한 노동으로 

열려야 합니다. 그 길을 지금 함께 설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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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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