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4주기 전태일추도식·제32회 전태일노동상 시상식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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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주기 전태일 추도식 및 제32회 전태일노동상 시상식
2024년 11월 13일, 제54주기 전태일 추도식과 제32회 전태일노동상 시상식이 마석 모란공원 전태일 묘역에서 열렸다. 이번 추도식에서는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 김미숙 김용균 재단 이사장이 추도사를 맡았다.
추도식은 "일하는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라"는 메시지를 담아 진행되었고, 추모기도는 박승렬 목사가 올렸다. 종합예술단 봄날의 공연과 전태일이소선 1호 장학생 권도엽 씨의 자작 랩 공연도 눈길을 끌었다.
제32회 전태일노동상은 김태윤 아리셀산재피해가족협의회 공동대표가 수상했다. 김 대표는 아리셀 공장 화재 참사 후 가족협의회 공동대표로서 진상 규명과 구조적 원인 폭로를 위해 헌신한 공로로 상을 받았다. 특별상은 오자와 타카시·오자와 쿠니코 부부에게 수여되었으며, 이들은 1989년 한국수미다노조의 원정투쟁부터 한국 노동자들과의 연대 활동에 헌신해왔다.
전태일재단은 행사 후 추도식 참석자들과 함께 점심을 나누며 전태일의 정신을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제32회 전태일노동상을 선정하며
제32회 전태일노동상 심사위원회는 ‘선한 연대’, 그리고 그것이 가진 힘에 주목했습니다. 수상하신 주인공 모두 오랫동안 지역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을 지키는 일에 부단히 애썼고, 온 힘을 다해 국적이 다른 노동자들의 손을 잡았습니다. 수상자들은 공통적으로 다수의 추천을 한꺼번에 받았는데, 이들의 헌신에 많은 이들이 고마워하고 있음을 웅변합니다.
지역사회 밀착 여성 노동운동가이자 시민운동가
올해 전태일노동상의 주인공은 김태윤 아리셀 산재피해 가족협의회 공동대표입니다. 6월 24일 23명의 생명을 앗아 간 아리셀 공장에서 중대재해 참사가 발생한 이후 지난 4일 이들의 장례를 치르기까지 무려 132일이 걸렸습니다. 위로받아야 할 유가족은 되레 비난받거나 무시당했습니다. 그래도 그들은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참사 현장에, 에스코넥 본사 앞에 농성장을 꾸려 진상을 규명해 달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불법파견이라는 사고의 구조적 원인을 밝히고 군납 비리처럼 얽히고설킨 이권카르텔을 폭로하고 또한 재발방지 대책 수립을 요구하며 여전히 투쟁 중입니다. 그곳 현장에는 김태윤 공동대표가 있었습니다. 충북인뉴스 대표인 그는 소속 기자의 배우자가 희생되는 안타까운 일이 생기자, 동료로서 화성 참사현장에 결합해 기꺼이 가족협의회 공동대표를 맡았습니다. 농성장에 상주하면서 때로는 국회로, 때로는 정부로 쉼 없이 뛰었습니다. “어떤 현안이든 한번 결합하면 무한책임과 헌신적인 자세로 의미 있는 결실을 맺어 온 훌륭한 인품과 열정적인 활동 역량을 겸비했다”는 평가처럼 그는 주어진 역할을 해냈습니다. 김태윤 공동대표는 현재 청주노동인권센터 소장이자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집행위원장이고 중대재해없는세상만들기 충북본부 공동대표입니다. 간이침대에서 새우잠 자는 간병 요양노동자에게 따뜻한 밥 한 끼라도 먹게 하자는 ‘따끈따끈캠페인’을 하며, 청주노동인권센터 소장으로는 돌봄노동자 노동인권실태를 고발하고, 요양보호사 300명의 임금체불 집단진정으로 10억원 넘는 돈을 받아 내기도 했습니다. 2011년 180일 넘는 천막농성과 100인 동조단식으로 해고자 복직, 직접고용, 체불임금 문제를 해결했던 청주시 노인전문병원에도 그가 있었습니다. 이처럼 그는 청주 그리고 충북에서 오랜 기간 노동뿐만 아니라 여성과 돌봄, 언론, 문화예술 등 다방면에서 활동한 여성 노동운동가이자, 마당발 시민운동가로 불립니다. 경계를 넘어 연대를 실천하며 상생공동체를 지향한 그에게 전태일노동상이 힘이 되길 기대합니다.
35년 한국 노동자의 벗, ‘일본사람 오자와’
“한국분들의 싸움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가장 걱정됐고, 밖에서 고생하시는 동료들을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아내의 건강을 걱정했습니다.”(KBS 다큐인사이트, <일본사람 오자와> 중) 2021년 12월27일 일본 사이타마 구치소. 232일 만에 보석으로 풀려 나와 아내 오자와 쿠니코씨와 반갑게 포옹한 뒤 오자와 다카시씨가 한 말입니다. 독방에서 오래 불편한 자세로 지내다 보니 지팡이에 몸을 의지할 수밖에 없게 됐지만 그의 걱정은 “한국분들의 싸움”입니다. 지금도 그렇습니다. 올해 전태일노동상 특별상은 오자와 타카시, 오자와 쿠니코 부부께 드립니다. 오자와 부부와 한국 노동자의 만남은 1989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해 일본 스미다전기는 한국 공장을 폐쇄하고 노동자 450명을 해고했습니다. 해고노동자들은 일본 본사를 찾아 항의하는 원정투쟁을 계획했습니다. 말도 안 통하는 타국에서 억울함을 알릴 길은 막막했을 것입니다. 이때 팩스 한 장 보고 달려온 이들이 오자와 부부였습니다. “그 막막하고 헤아릴 수 없는 두려움 앞에 한줄기 빛이 되고 힘이 되고 제 몸처럼 연대하고 아껴 주고 함께 싸워 줬습니다.” 노동자들은 그때 상황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오자와 부부는 일본 노동단체와 시민단체, 지역사회를 조직해 한국 노동자와 함께하는 일본 사람들이 있다고 일본 스미다전기에 선포했습니다. 그렇게 이어진 206일 동안의 원정투쟁은 노동자들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온갖 혜택을 누리고는 단물이 빠질 즈음 한국에서 철수하는 일본자본 행태는 이후에도 끊이지 않습니다. 한국씨티즌, 한국산본, 한국시티즌정밀, 한국산연, 한국와이퍼, 그리고 최근 노동자들이 300일 넘는 고공농성을 하는 한국옵티칼하이테크까지…. 일본 땅에서 목소리를 내려는 한국 노동자들이 일본을 찾을 때마다 오자와 부부는 함께했습니다. 한일노동자모임을 주도하며 일본 국회의원들과 면담을 주선하고, 총리에게 항의 서한을 보내는 것도 부부의 일입니다. 부부는 한국의 민중가요를 일본어로 번역해 민중가요 책을 출간하고 노래패 ‘노래노카이’를 결성해 노동문화를 일본에 알리고 있습니다. 부부의 품이 그처럼 넓습니다. 코로나19로 일본에 오지 못하는 한국산연 노동자를 대신해 산켄전지에 항의하던 오자와 타카시씨는 2021년 5월 폭행죄로 체포돼 7개월 넘게 옥고를 치렀습니다. 오자와 쿠니코씨는 남편이 구속돼 있는 동안 유방암 수술을 받았습니다. 오자와 쿠니코씨는 1심에서 벌금 40만원을 선고받고 항소해 현재 사건은 대법원에 계류 중입니다. 최근에는 니토덴코 본사 앞에서, 오너 집 앞에서 한국옵티칼 노동자들을 지원하는 기자회견, 집회 시위 등을 했다는 이유로 접근금지 등 가처분 처분을 받았습니다. 이제 한국 사람이, 한국 노동자들이 손을 내밀어야 할 때입니다.
2024년 11월 13일 제32회 전태일노동상 심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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