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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주자 직접지급제 개정안통과에 대한 박승흡 이사장 언론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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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주자 직접지급제 개정안 국회 통과에 대한 박승흡 이사장의 매일노동뉴스 기고문입니다. 

이하 기고문 전문입니다.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36490



[발주자 직접지급제 제도화를 맞으며] 30년의 요구가 마침내 법이 됐다

큰 산 하나를 넘었다. 30년이 넘는 오랜 시간 건설현장에서 요구해 온 발주자 직접지급제가 마침내 법의 영역으로 들어왔다. 

국회 본회의에서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오랫동안 주장하고 토론하고 설득해 왔던 일이 현실의 제도로 자리 잡는 중요한 전환점을 맞았다.

기쁘다. 그러나 이 법이 만들어지기까지 왜 30년이라는 긴 시간이 필요했는지를 먼저 돌아보게 된다.

건설현장에서 임금체불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발주자는 공사대금을 지급했는데 정작 땀 흘려 일한 노동자는 임금을 받지 못하는 일이 반복됐다. 

원도급과 하도급, 다시 그 아래로 이어지는 복잡한 하청구조 속에서 돈이 막히거나 다른 용도로 흘러가면 그 피해는 어김없이 가장 아래에 있는 노동자에게 돌아갔다. 

우리가 발주자 직접지급제를 요구해 온 이유는 복잡하지 않았다. 일한 사람의 몫은 일한 사람에게 직접 돌아가야 한다.

그 당연한 원칙 하나였다. 그러나 당연한 것을 제도로 만드는 일은 결코 당연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수많은 토론과 반론이 있었고 이해관계의 벽을 넘어야 했다. 

현장의 목소리를 모으고 자료를 만들며 제도의 가능성을 검증했다. 노동계와 시민사회, 전문가와 국회, 정부 관계자들이 때로는 서로 다른 자리에서 출발했지만 

조금씩 접점을 넓혀 왔다.

오늘의 법제화는 어느 한 사람의 성과일 수 없다. 오랫동안 문제를 제기해 온 건설노동자들이 있었고, 현장의 요구를 제도로 설계하기 위해 애쓴 사람들이 있었다. 

서로 다른 노동조합이 벽을 넘어 힘을 보탰고 시민사회와 전문가들이 함께했다. 현장의 이야기를 듣고 법안을 다듬은 국회와 행정의 노력도 있었다.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자료 한 장, 문구 한 줄을 놓고 씨름했던 수많은 사람의 시간이 쌓여 오늘에 이르렀다.

그래서 이 법에는 이름보다 시간을 기록해야 한다. 30년이다. 그 시간 동안 수많은 노동자가 임금을 떼였고, 체불임금을 받기 위해 현장을 찾아다녔다. 

신고하고 기다리고 때로는 소송까지 해야 했다. 기업 사이에서 발생한 위험이 아무런 결정권도 없는 노동자에게 전가됐다.

이제 그 구조를 바꿔야 한다. 발주자 직접지급제의 진정한 의미는 단순히 돈을 지급하는 방법을 변경하는 데 있지 않다. 

임금체불이 발생한 뒤 노동자를 구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처음부터 체불될 수 있는 구조 자체를 차단하는 것이다.

건설노동자의 임금은 업체의 운영자금이 아니다. 다른 현장의 적자를 메우는 돈도 아니고 기업 간 채권·채무의 완충재도 아니다. 

노동의 정당한 대가는 다른 곳을 거치며 위험에 노출되지 않고 일한 사람에게 온전히 전달돼야 한다.

이 원칙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변화는 임금체불에 그치지 않는다. 불법·다단계 하도급을 줄이고 공사대금의 흐름을 투명하게 만드는 기반이 된다. 

누가 어느 현장에서 일했는지, 얼마의 임금을 받아야 하는지가 분명해진다. 고용보험과 퇴직공제까지 연결한다면 

건설노동자의 노동과 임금, 경력이 하나의 투명한 기록으로 남을 수 있다.

특히 청년이 다시 선택할 수 있는 건설산업을 만들기 위해서도 중요하다. 청년에게 건설현장으로 들어오라고 말하기 전에 최소한 하나의 약속은 할 수 있어야 한다.

일하면 반드시 받는다. 법이 통과됐다고 모든 일이 끝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게 할 것인지, 제도의 사각지대를 어떻게 없앨 것인지가 남아 있다. 법전에 존재하는 직접지급제가 아니라 

노동자의 통장에서 확인되는 직접지급제가 돼야 한다.

길을 낸 사람에게는 그 길을 기록할 의무가 있다. 어떤 벽에 부딪혔고 어떻게 그 벽을 넘었는지 기록해야 한다. 

그래야 다음 개혁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지 않는다. 기록이 기억을 지배한다. 제대로 된 기록은 우리가 걸어온 운동의 역사를 겸허하게 성찰하게 한다.

큰 산 하나를 넘었다. 하지만 산을 넘었다고 길이 끝난 것은 아니다. 30년의 요구가 법이 된 지금부터는 그 법을 현장의 현실로 만드는 일이 남았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s://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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